[기자의 눈]옥석 가리려는 新외감법, 옥마저 깰까 두렵다

오피니언 입력 2019-04-30 08:45 수정 2019-05-13 15:15 김성훈 기자 0개

최근 탐방 취재 예정이었던 기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갑작스레 죄송하지만 이번에는 탐방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외감법 강화 때문에 내부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업계에서도 건실한 기업으로 유명했고, 꾸준히 수익을 내왔음에도 새로운 외부감사법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의 여파로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새로운 외부감사법은 기업의 투명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담았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규율과 감사위원의 권한을 강화했고, 회계 부정에 대한 과징금 상한을 없애 부정을 저지른 기업과 감사인 모두가 강한 처벌을 받도록 개선했다.

투명한 기업과 부정한 기업, 이른바 옥석(玉石)을 구분하기가 더 쉬워진 것이다.


하지만 돌을 골라내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옥에 상처가 나는 것은 신경 쓰지 못한 것 같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새로운 외감법 도입 후 지난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코스닥 기업은 전년 대비 12곳 늘어난 30곳에 달했고,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만 봐도 20곳 이상의 기업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삼정KPMG는 최근 세미나를 통해 “새로운 감사제도의 영향으로 회사의 재무제표작성 책임과 외부감사 강도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감사의견 제한으로 인한 상장폐지·평판 위험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개정된 법규에 따른 제도 재정비가 지연될 경우 중요한 취약점이 드러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당국은 지난달 회계상 ‘중과실’ 판단을 보다 신중하게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회계감리 신(新) 조치 양정 기준’을 발표했다. 

이에 더해 앞으로 1년간 ‘회계개혁 정착지원단’을 운영하기로 했고, 한국거래소도 부랴부랴 상장사 회계담당자 실무교육에 나섰다.


하지만 신외감법을 두려워한 감사인 측이 극도로 보수적인 감사를 할 경우 수 억원의 비용과 시간, 평판 하락은 모두 기업의 몫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옥석을 가리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옥과 돌을 나누는 데에 큰 쇠집게를 쓴다면 옥에 흠집을 내거나 심하게는 깨뜨릴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섬세하게 옥을 골라낼 수 있는, ‘핀셋’ 같은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시점이다./김성훈기자 bevoic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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