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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케이뱅크야,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된단다”

오피니언 입력 2019-04-30 15:45 수정 2019-05-17 08:56 이아라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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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잘못했으면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잘못이라는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그때’와 ‘지금’ 다르다면, 판단이 모호해진다. 개업식 때는 “괜찮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틀렸다”는 소릴 듣고 있는 케이뱅크의 이야기다.
 

4년 전인 2015년 KT에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줄때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는 대주주 결격 사유가 아니었다. 2015년 금융당국이 내놓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관련 Q&A’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8번 질문의 답. “부당공동행위, 기업결합신고위반 등 독점규제법상 다른 규정을 위반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음.”
 

그런데 1년 뒤인 2016년 은행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대주주 결격 요건에 담합 행위 위반이 포함됐다. 이어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바뀐 법을 그대로 받아 KT는 대주주로서 적격성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정돼 버렸다. 그 사이인 2017년 KT가 대주주인 케이뱅크는 공식 출범했다. 결국 새 법에 따라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는 KT는 케이뱅크 대주주 자격에 큰 문제가 생겨 버린 것이다.  
 

케이뱅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다. 은행을 만들 때는 “뭐 아빠가 흠이 있긴 한데, 이 정도면 괜찮은 아빠가 될 수 있겠어”하고 허락해 줬다가 이제 와서 “너희 아빠 자격 미달이야 양육권 다 주긴 좀 그런데?”라는 판단을 받았으니 말이다. 자본금 5,000억도 못 채운, 이제 겨우 두 돌이 지난  케이뱅크에게 KT라는 아빠가 자격 미달 판단을 받은 것은 청천벽력같은 소리다.
 

케이뱅크는 영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일제히 주력 예금 상품 금리를 내렸다. 자랑거리였던 금리 좋은 대출 상품도 판매를 중지했다. 벌써 17번째 대출 중단이다.
 

일각에서는 KT가 대주주를 포기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안은 없다. 금융지주로 나서면서 은행자본보다는 비은행자본을 늘리고 있는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의 지분 확대에 긍정적일리 없다. NH투자증권은 농협중앙회 기반이라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이상 늘리려면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물론 NH가 케이뱅크에 지분을 늘릴 생각이 있는지도 미지수다.
 

제3 인터넷은행에 왜 기업들이 관심이 없었는지 알 것도 같다. 안 그래도 금융 산업에는 규제가 많은데, 이제 막 시작하는 분야에 들이대는 규제가 과한 데다 오락가락이다.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신사업을 시작할 이유가 없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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