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P2P 금융은 지옥에 갇혀있다

오피니언 입력 2019-06-10 08:33 수정 2019-06-17 08:30 이아라 기자 0개

故 황현산 작가는 말했다.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사는 세계를 지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옥은 진정한 토론이 없기에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곳이다.”라고.
 

한 P2P 업체 대표는 요즘 업계 상황을 “지옥 같다”고 표현한다. 작년부터 될 것 같았던 법제화는 결국 올해 상반기를 넘겨버렸다. 업체들은 열릴지 안 열릴지도 모르는 6월 국회 문만 붙잡고 있다. 또 다른 대표는 “올해는 기대 안 해요” 라고 말하고 있다. 어떤 대표는 내년 봄 총선을 언급하며 “법제화 자체를 기대하지 않습니다”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한국 P2P 금융은 미래가 없다”며 “해외에서 다시 시작할 초기 자금을 모을 때까지만 한국에서 사업할 겁니다”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P2P 업계의 현 상황은 그야말로 연옥이다. 아래서는 사고가 끊이질 않고, 위에서는 토론을 미루고만 있다. 2016년 말 6,000억원이었던 누적대출액은 5조원까지 불어났는데, 아직도 P2P 금융에 적용되는 법은 ‘대부업법’이다. 연계대부업에 따라 회사를 만들고 정해진 자기자본 규정과 최고 이자율 한도, 그리고 P2P 금융업 가이드라인을 지키며 사업을 영위해왔다. 어설프다면 어설픈 제도하에 있었지만, 그 안에 건전하게 잘 성장한 업체도 있다. 문제는 사기·횡령을 저지르고 사라진 업체들이다. 투자자 피해는 끊임없었고, P2P에 대한 이미지는 나빠졌다.


P2P 금융의 정체성은 모호해졌다. 몇 년째 P2P 관련 이슈는 사건 사고뿐. 사람들은 이제 중금리 대출이라는 P2P 금융의 순기능에 주목하지 않는다. 사라질 업체들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건전하게 영업을 하는 업체 대표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 아무리 선두 업체라고 해도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한 스타트업이 업계 생태계까지 살필 여력은 없다. 피해 없이 업계가 정리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부실 업체들이 사라지는 데 반드시 수반되는 게 있다. 투자자 피해다. 결국 잘 크고 있는 업체들도 법제화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국회가 멈춰있는 사이 금융 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하나다. 금감원은 열심히 불법 P2P 업체들을 고발하고 있다. 지난해 20곳 고발한 데 이어, 올해도 4~5곳을 추가로 고발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이 고발 조치는 말 그대로 사후 처방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이 한껏 피해를 보고 난 뒤에 부실 업체들을 고발장으로 처단하겠다는 건데, 투자자 ‘보호’ 조치는 못 된다. 한국P2P금융협회는 회원사의 지난달 평균 연체율이 8.5%라고 공시했다. 집계 시작 이래로 최고치다. 2018년보다는 5배, 2017년보다는 10배 가까이 연체율이 올라갔다. 자정작용이 안 되는 거다.


P2P 업체 대표들은 ‘법제화’라는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이 사는 세계를 지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옥은 P2P 금융 존재 자체에 대한 토론이 없어서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곳이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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