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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격 낮춰주는 굉장한 정부

오피니언 입력 2019-07-16 13:15 정훈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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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산정 개선방안에 따른 새로운 잔액기준 코픽스가 처음으로 공시됐다.
기존 산정 방식대로라면 1.98%인데, 신 잔액기준은 이보다 0.3%포인트 낮은 1.68%를 기록했다.
코픽스는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수신상품 금액의 가중 평균금리로, 대출 상품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한다.


은행들은 오늘부터 낮아진 코픽스만큼 대출 상품 금리를 내렸다.
금융당국은 이렇게 대출 이자를 낮춰 소비자들이 얻는 혜택이 연간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금융위원회의 금리 산정 방식 변경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좋은 업적”이라면서 “굉장한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런데 ‘혜택 1조원’을 바꿔 말하면 은행들이 감수해야 하는 ‘손실 1조원’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생활비용을 낮추려 애쓰는 것은 좋지만, 여유 있어 보이는 쪽을 윽박질러 해결하는 투박한 방식은 윗돌 빼서 아랫돌 막았을 뿐 ‘굉장한 일’로 보이진 않는다.


더욱이 이런 방식은 누군가는 승자로, 누군가는 패자로 만들어 버린다.
지난해 말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이 발표된 날 서울정부청사 밖에서는 이해 당사자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문에서는 마트협회 등 상인단체들이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라며 만세를 불렀고, 뒷문에서는 카드사 직원들이 금융위원장 면담을 신청하며 추운 겨울 길거리에 주저 앉았다.


정부가 여유 있지 않냐며 찍어 누른 사례는 더 있다.
당국은 은행이 사용해왔던 결제망을 전면 개방하기로 하면서, 핀테크 기업이 내야 하는 망 이용료를 기존의 10분의 1로 못 박아버렸다.
제대로 돈도 못 받고, 망 유지보수 비용은 은행들이 떠안을 공산이 크다.
핀테크 육성을 위해 은행들은 티도 못 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만약 언젠가 금융사들이 여유가 없어지면, 그땐 정부가 또 다른 비용을 어디서 떼어다 줄 요량인가.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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