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그래핀’은 일본보다 한국이 앞섰다

오피니언 입력 2019-07-26 09:15 수정 2019-07-26 09:16 양한나 기자 0개

일본의 부당한 경제 보복 조치로 한국의 주력 산업이 타격을 맞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이 한국에 비해 다수의 첨단소재에 있어 절대적인 비교우위에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일본의 원천기술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거니와 일부는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첨단소재에서 일본보다 앞서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나노 물질인 그래핀(Graphene)이다.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다이아몬드보다 열 전도성이 좋으며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자를 이동시키고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흐르게 한다는 그 ‘꿈의 신소재’ 이야기다. 그래핀은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기 위한 핵심 첨단소재로 인정받으며 뛰어난 신축성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플렉서블, 웨어러블 시장에 대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물질이었던 그래핀은 2004년 영국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세계 최초로 그래핀의 실용화학 부분을 주도한 과학자는 한국의 홍병희 교수(현 서울대학교 교수)다. 그래핀의 산업화와 상용화를 실현하고자 했던 홍병희 교수는 그래핀 스퀘어와 바이오 그래핀, 두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2009년 네이쳐지에 세계 최초로 그래핀의 CVD 방식 성장과 롤투롤(roll-to-roll) 전사 등 그래핀을 실제 산업에 적용이 가능한 크기와 품질로 합성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2012년부터는 4명의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1조 5000억원이 투입되는 그래핀 플래그쉽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정부도 그래핀에 대해서는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2015년 과기정통부와 산업부는 “그래핀 사업화 촉진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고 범국가적 차원에서 그래핀 연구개발이 이뤄져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섰다. 그래핀 사업화 촉진 기술 로드맵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산·학·연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선택과 6대 그래핀 전략 분야(그래핀 응용 OLED 패널용 투명전극, 그래핀 기반 터치패널,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고기능성 친환경 복합필름소재, 그래핀 전자파차폐 코팅재, 친환경 고내식 강판)를 선정했다.
 

정부의 지원, 학계 및 기업들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노력이 빛을 보는 걸까. 전문가 심사를 거친 문헌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데이터베이스인 Scopus에 따르면 7월 18일 현재 상위 유명 국제저널에 출판된 그래핀 관련 논문 수는 미국, 중국에 이어 한국이 3위(743개, 단순 그래핀 출판 논문 전체 수 8496개)이며 일본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웨어러블 기기의 최대 난제로 제기된 ‘유연투명전극’을 그래핀 기술을 통해 개발,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그래핀 관련 한국기업들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무결점 그래핀’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홍보로 한 때 학계의 뭇매를 맞았던 국일제지의 자회사 국일그래핀은 구글이 지난 4월부터 직접적인 관심을 보여왔다는 소식에 그래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국일그래핀은 세계 최초로 8인치 웨이퍼에 이어 고온에 취약한 8인치 PET 플렉서블 소재에도 그래핀을 비전사방식으로 증착시키는 성과를 냈다. 현재는 20~30㎛의 PET에 그래핀 4층 막을 합성시켜 6인치 규격으로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구글과 기술미팅도 꾸준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투자자로 유명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2017년 투자한 스탠다드그래핀은 최근 나노메딕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그래핀 양산설비 구축에 나섰다. 스탠다드그래핀은 10여 년간 화학적 박리방식(chemical exfoliation)으로 그래핀 파우더를 생산하고 있으며 기존 소재에 그래핀 파우더를 배합하는 기술로 그래핀 자전거, 그래핀 정수필터 등 응용제품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CVD 방식으로 발명한 그래핀 볼 개념을 논문을 통해 공개했다. 그래핀 볼은 저렴한 실리카(SiO2, 이산화규소)를 이용해 그래핀을 팝콘과 같은 3차원 입체 형태로 대량 합성하는 원리로, 리튬이온전지에 활용할 경우 충전용량이 늘어나고 고속 충전, 고온 안전성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에 적용됐다.
 

그래핀의 적용 가능 분야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2025년 그래핀 관련 매출은 정부가 2015년 당시 예측한 19조 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그래핀이라는 첨단소재의 선도자(First Mover)가 되기 위해 수많은 과정을 극복하며 현재의 위치까지 왔다. 일본과의 무역 마찰로 우리 산업이 위축될 위기에 놓인 현재, 우리나라가 꿈의 신소재 그래핀의 세계 강자로 우뚝 올라서기를 응원한다. /양한나기자 one_sheep@sedia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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