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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미약품, 남 다른 약 이름

오피니언 입력 2020-06-26 09:00 수정 2020-06-26 10:48 정훈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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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정훈규기자] 한미약품은 ‘R&D명가’로 유명하지만 남 다른 약 이름으로도 눈길을 끈다.


‘99세까지 88하게’라는 뜻을 담은 발기부전치료제 ‘구구정’과 ‘팔팔정’이 대표적이다. 치질약은 ‘치질이 쏙 들어간다’는 의미에서 ‘치쏙’이다. 이밖에 무좀약 ‘무조날’, 코감기 치료제 ‘코앤’ 등 이름만 들어도 어디에 쓰는 약인지 대충 어림잡아 알 수 있다.


너무 직접적인 표현이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한미약품으로부터 ‘네이밍’에 대한 얘기를 듣다 보면 한미약품 임직원들의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진다.


‘제품’과 ‘상품’, 거기서 거긴 것 같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두 단어의 차이가 크다.


제품은 자체적으로 만들어 파는 약, 상품은 남의 것을 가져다 판매만 하는 약이다. 전체 매출 중 제품 비중이 높다는 것은 약을 만드는 제약사로서의 자부심이다.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제품 매출이 가장 많은 회사다. 상품매출을 제외하고 제품만 놓고 보면 지난 1분기 국내 제약사 중 매출 1위가 한미약품이다. 이 기간 남의 약을 팔아 올린 매출은 전체 중 8% 수준이다. 


매출 상위권을 형성한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매출의 절반 가량을 외부에서 도입한 상품 판매로 올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미약품은 남의 약을 거의 팔지 않은 셈이다. 


한미약품은 의사처방이 필요해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 전문의약품도 쉽게 각인 될 수 있는 네이밍에 공을 들인다고 한다.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더 잘 알리고 싶은 욕심은 자체 개발·생산에 대한 고집과 자부심의 결과인 셈이다.


한미약품은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인 블록버스터 품목도 19개 보유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모두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국산 의약품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제약 자국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팬데믹 상황 등으로 국가 간 교역이 중단되는 비상사태 때 국민들의 건강과 삶을 지켜내는 해법은 ‘의약품 자급’이 가능한 제약주권이라는 것을 목격했다.

제약 자국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명이 된 것이다. 당장의 매출보다 “직접 약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한미약품의 줄기찬 집착에 기대를 걸어본다. /cargo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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