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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급해서 카드론 받았는데”…중신용자 소상공인대출 거절하는 은행들

금융 입력 2020-10-08 20:23 정순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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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2차 소상공인대출이 인기라고 하죠. 개편 이후 5일만에 지난 4개월간의 대출 실적의 절반 가량이나 지원됐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금융팀 정순영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

여러 가지 현실과 맞지 않는 조건들 때문에 2차 소상공인 대출 흥행이 저조했었는데, 개편 후에는 소상공인들에게 원활하게 대출이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이 아니라는 건가요?


[기자]

금융당국이 말하는 원활한 지원과 실제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대출 문턱과의 격차가 생각보다 크다는 겁니다. 2차 소상공인 대출 실적이 저조하자 지난달 23일 대출 한도를 기존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리고 중복 수급이 가능하도록 개편을 했는데요. 개편 이후 일주일만에 약 3,500억원의 자금이 집행됐습니다. 지난 4개월간 이뤄진 지원 실적이 약 6,700억원이었는데 이 절반 가량을 불과 5일 만에 달성한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신용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정작 급해서 카드론을 한 번 이용했던 자영업자의 경우 은행들이 신용도를 이유로 소상공인 대출을 거절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당장 자금 경색으로 위험에 빠진 소상공인들을 돕겠다는 취지의 지원 프로그램이 지원이 절실한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평갑니다.


[앵커]

은행이 소상공인 대출 신청을 거절하고 있다는 말인데, 신용보증기금이 95%나 보증을 해주고 있지 않나요? 취지도 그렇고 액수도 그렇고 은행들이 이렇게까지 신용 심사를 까다롭게 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한데요.


[기자]

당초에 2차 소상공인 대출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이 95%를 보증 해주기 때문에 신용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들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작 은행들이 저신용자들은 물론 4등급 정도의 중신용자들까지도 대출을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보가 보증을 서줘서 은행들이 5%의 리스크를 껴안을까 두려워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다는 얘긴데요. 혹시라도 자영업자들의 신용 보증 과정에서의 문제는 없는지 신용보증기금 측의 얘기를 들어 봤습니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

“보증심사체계 안에서 개인이나 기업에 신용등급을 저희가 필터링해서 제한 두는 사항은 없다고 해요. 보증에서는 신용등급의 여부가 보증심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이거든요. 은행에서 보증서와 상관없이 여신 취급을 할 때 그런 상황들이 발생하는거 같아요. 모든 분들이지만 체크리스트를 둬서 이런저런 자금들을 받았는데 못 갚으신 채무자들, 신용불량자들은 안 될거 아닙니까. 그런 체크리스트를 제외하고는 등급이나 내용에 따라서 저희가 제한을 따로 두진 않았다는거죠.” 


[앵커]

신청만 하면 대출 보증서는 100% 떼준다는 얘기네요. 말 그대로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걸러내고 있다는 소린데,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내용이 여러개 올라와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소상공인 2차대출 5%가 걸림돌’이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2차 대출을 받아 계약연장하고 조금이라도 더 버텨서 나아져 보자고 하는데 내부등급으로 대출이 부결됐단 소리가 많이 들리고 있다”면서 “정말 급한 사람들이 제약없이 어느 정도의 서류조건이나 행정적 요건이 맞으면 대출을 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올라와 있습니다. 또 ‘벼랑 끝 설 곳 없는 자영업자를 두번 죽인 코로나 2차 대출’이란 청원에서는 “비대면으로 접수를 받는다기에 신청을 했지만 은행 3곳 모두 내부심사로 접수조차 되질 않았다”며 “정부에서 소상공인을 살려주겠다고 내놓은 정책이라 믿고 밀려있던 국세, 지방세도 여기저기 몇 푼씩 빌려 완납하고 서류를 준비해 갔던 건데 허무함을 넘어 죽고 싶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정부나 언론에서는 다 될 것처럼 얘기해놨는데 실제 은행에서는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어서 소상공인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꼴이 되고 있다는 목소립니다.


[앵커]

말 그대로 자영업자들에게는 희망고문이나 다를 바가 없어 보이네요.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은행들이 각자의 기준을 정해놓고 소상공인들을 돌려보내고 있다는건데 왜 이런 걸까요?


[기자]

개인 신용으로는 1등급이지만 사업자 등급이 6등급이라서 금리가 껑충 뛴다든가, 1차 대출에서 지원을 받았을 뿐인데 자격 미달이라는 심사 결과가 나왔다는 식으로 은행마다 심사 기준이 제각각입니다. 은행의 평가 기준을 모르니 자영업자들은 혹시나 기준이 맞을지 모르는 은행을 찾아 하루종일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소상공인들은 “막무가내로 대출을 해달라는 정책은 꿈도 안 꾸지만 신용등급, 기대출, 은행거래실적, 부모 재산까지 보는 은행 내부심사는 지원정책적 대출이 아닌 것 같다”면서 “금리나 한도 차이를 두는 방법을 써서라도 소상공인들을 실질적으로 지원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시민단체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

“실제로 소상공인들은 신용등급이 양호한 분들은 대출 안 받아도 될 겁니다. 아니면 다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있기 때문에, 신용 부분이 좋아서요. 그러다 보니 신용등급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아사될 가능성이 많이 있습니다. 매출도 많이 줄어들고 대출이자도 제대로 내기가 어려운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라든지 단체에서 이런 애로사항을 취합을 해서 정책당국에 건의도 하고 이렇게 하는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앵커]

제일 문제는 제각각인 은행들의 대출심사 기준이지 않나 싶은데요. 직원 월급을 못 줘서 카드론을 이용했는데 대출이 거절됐다는 사례는 소상공인 대출 지원의 문제점을 좀 여실히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은행들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은행들은 중요한 결격사유가 아니라면 거의 대출이 나온다는 입장입니다. 1차대출 3,000만원 이상 대출자, 법인, 6개월 미만 영업장, 보증제한 업종 영위기업, 휴폐업 기업, 대출 연체 중인 자, 국세·지방세 체납자, 가압류 등의 주택·사업장을 보유한 자, 보증기관의 보증사고 이력 등만 아니라면 보증률이 높아 웬만하면 대출자격이 된다는 겁니다. 실제 대출을 신청한 소상공인들과의 입장차가 큰데요. 100% 신보가 보증을 서주는게 아니기 때문에 일부 신용평가가 들어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입장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 관리를 해야하는 것이 당연하기는 한데요. 특히 각 은행들의 신용대출 상황을 종합해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고객들의 애로사항들에 대해 은행들이 먼저 목소리를 내긴 어렵다는게 은행권의 반응입니다. 아무래도 정부 차원의 소상공인 지원대책과 현장의 반응이 상충되다 보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은행권의 입장은 어떤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은행권 관계자]

“보증서를 받아온 것 중에서 대부분 다 해주는데 일부 개별은행들의 내부심사 조건에 따라서 안 해주는 케이스가 있는 것은 같더라고요. 개별은행 별로 내부적으로 신용등급평가를 하는 것 같고, 거기서 일정한 케이스에 미달하는 경우는 안 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케이스는 사실은 개별은행마다 다 다른거고 그래서 개별은행들이 기준을 갖고 운영하기 때문에, 아마 정부에서도 개별은행들에 100%다 주라고 하진 못하는 것 같고요. 만약에 그런 기준이 있어야 한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 관련 규정이 마련돼야 될텐데 그런 부분은 정부의 영역이어서...”


[앵커]

정부 차원의 결정이 먼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건데요. 또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출 정책이 현장 깊숙이까지 미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은행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는 통계도 있었어요. 소상공인 대출에 끼워팔기가 성행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은행들이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예·적금이나 보험, 신용카드 같은 금융상품에 가입하도록 하는 ‘끼워팔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세 명 중 한 명이 이런 끼워팔기를 당했다는 건데요.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코로나19 대출 관련 시중은행의 자체 점검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1·2차 대출 가운데 대출 전후 2개월 내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한 건수는 전체의 34%에 달했습니다. 신용카드 발급이 17만건으로 가장 많았고 예·적금 가입과 중도해지 때 원금손실이 가능한 보험·투자상품 가입이 뒤를 이었습니다. 소상공인들이 어렵게 대출을 받았어도 원하지 않는 은행 상품에 가입해야 했다는 소립니다. 다만 은행대출 전후 1개월 이후일 때만 이런 구속성 끼워팔기가 불법인데다 신용카드는 아예 제외돼 있어서 위법행위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러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은행들이 1개월을 넘겨 소상공인들에게 금융산품을 가입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는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어제 금융리스크 대응반회의에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소상공인 자금애로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했죠. 하지만 진짜 급한 소상공인에게는 도움이 못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금융당국의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잘 들었습니다./bin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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