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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정치워치] 일본과 북한

글로벌 입력 2019-10-11 08:35:59 수정 2019-10-11 09:51:47 뉴스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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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문제와 국교정상화

김동환 박사 /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는 일본과 북한이 국교정상화를 추진하는 데에 큰 장애물로 작용함과 동시에, 일본 민족주의를 들끓게 한다. 2002년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고 양국이 국교정상화를 향한 노력을 선언(북일평양선언)했음에도 국교정상화의 실현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일로만 느껴진다.

일본에게 북한과의 최우선 과제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개발이 아닌 납치문제이다. 북한은 납치와 같은 범죄행위를 10개국 이상의 국가에 대해 범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 납치된 인원은 1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한국이나 중국은 납치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납치문제 해결에 대한 현실적 한계도 존재하지만 그보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인식을 하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은 납치문제를 최우선과제로 설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일본은 납치문제를 최우선과제로 인식하는가?
납치문제에 관해 북일 양국의 주장은 다르다. 일본은 납치문제의 해결을 요구하지만 이에 대해 북한은 납치문제는 이미 해결되었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를 인정하고 납치피해자 5명을 일본으로 귀국시켰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의 납치 피해자 재조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오히려 제재를 강화시키는 전략을 폈다.
일본이 북한을 불신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납치피해자는 17명인데 반해(북한에 의한 납치로 의심되는 실종자는 수백명에 이른다.) 북한이 인정한 납치 피해자는 13명이며, 그 중 일본으로 귀국한 인원이 5, 나머지 8명은 사망했다는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사망했다고 한 8명의 사망증명서가 위조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북한과의 납치문제 해결 없는 국교정상화는 인정할 수 없다는 여론이 생겨난 것이다.
일본 외무성 역시 북한이 아직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으며, 납치문제는 일본의 국가주권과 국민의 생명, 치안과 관련된 문제임으로 납치문제 해결 없는 북일 국교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의 납치문제에 관한 주장은 수 차례 번복되었지만, 북일평양선언에 관한 자세는 일관적이라는 점이다. , 북한은 평양선언의 정신을 중시하고 있고 평양선언은 국교정상화와 함께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양선언에서 일본의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이끌어 낸 것은 북한외교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에서는 한국이 이러한 사죄의 표현을 일본정부로부터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일본에 정식으로 배상금을 요구하지 않고 경제원조를 받아들이면서 일본의 과거 역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평양선언의 논리는 서로에게 불편한 사실, 즉 일본의 식민지배와 북한의 납치문제에 대해 묻지 않고, 국교수립을 향해 노력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4년 고이즈미 정권이 납치 피해 사망자 DNA조사를 통해 북한에 문제를 제기하자 북한은 분노했다. 평양선언의 논리는 납치문제와 식민지배에 대해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약속한 것인데 납치문제를 일본이 다시 들고 나오면서 양국 간 갈등은 재점화되었다. 일본은 납치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고 북한과의 국교수립을 목표로 평양선언을 이루었으나, 일본정부의 우선순위는 평양선언 이후 북일국교정상화에서 납치문제로 변경된 것이다.

전범국의 가해자로서 국제적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던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피해자이다. 게다가 북한은 "식민지배는 사죄와 경제원조 그리고 납치문제해결" 이런 등가교환을 일본에 요구한다. 이러한 방식은 한일간의 "식민지배는 경제원조", 중일간의 "침략행위는 사죄와 경제원조"와는 다른 요구이다. 돈으로 피해자를 입 다물게 했던 방식의 일본외교가 북한에는 통할 수 없게 되었다. 어쩌면 북한의 대일외교가 가장 높은 외교적 성과를 거둘지도 모르겠다.
 

김동환 박사 / kdhwan8070@naver.com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치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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