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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브랜드는 있는가] <3> 국민에게 뿌리 내려라

경제·사회 입력 2015-10-25 18:01 최수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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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다이내믹 코리아' 슬로건 강조

이명박땐 '국가브랜드위원회' 출범

박근혜정부 들어선 또다른 브랜드 추진

정부 주도 전시·하향식 정책 벗어나

공모전·캠페인 통한 여론 조성 필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8ㆍ15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우리 경쟁력의 30%에 그친다. 조만간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설치하겠다. 임기 중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겠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이듬해 1월22일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3월17일 대통령 주재로 첫 회의를 갖고 국가브랜드 비전과 전략을 발표한다. "현재(2008년) 세계 33위인 우리나라 국가브랜드 순위를 임기 말인 2013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5위까지 끌어올리겠다." 하지만 결과는 허무하다. 2013년 국가브랜드 순위(안홀트-GfK국가브랜드 지수)는 27위였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 수출액 기준 국제 순위는 12위에서 7위로 올랐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폐지됐다.

지금까지 국가브랜드 구축 작업이 '정권브랜드'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국민이 참여하고 공감하며 정권 교체를 넘어 지속되고 강화될 국가브랜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브랜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올바른 비전 제시와 함께 국민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권 입맛 따라 국가브랜드 오락가락=일단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국가브랜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경축사에는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경축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즉 시대에 획을 긋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출범한 지 두 달이 안된 3월 1차 보고대회에서 '국가브랜드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며 5대 역점 분야와 10대 우선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5대 역점 분야는 △국제사회 기여 △첨단 기술과 제품 홍보 △매력적인 문화ㆍ관광 △다문화 포용과 외국인 배려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 등이다.

비전과 전략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나 방식이 문제였다. 위원회는 내부 논의 위주로 출범 두 달 만에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테마들이다. 위원회가 백화점 식으로 추진하는 각종 프로그램은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했다. 임기 안에 국가브랜드 순위를 대폭 끌어올린다는 것도 전형적인 전시성 정책이다. 민간인이 위원장인 위원회는 심의기구에 불과해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위원회는 소소한 정책 개선에 머물다가 2013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기룡 프레인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국가브랜드 사업을 정권 홍보 차원에서 접근한 측면이 있었다"며 "국민과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이내믹 코리아, 있는 듯 없는 듯=우리 정부가 국가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은 2001년이었다. 당시 2002년 한일 월드컵경기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세계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상징이 필요했고 이때 나온 것이 최초의 국가브랜드 슬로건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다.

국민공모를 통해 만들어졌고 월드컵이라는 상황에서 역동성을 강조한 이 슬로건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후속 과정이 문제다. 김대중 정부는 국가이미지위원회를 만들고 국가브랜드와 이미지 홍보를 시작했지만 하향식이었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국가이미지위원회의 업무는 각 부처의 단순 집합에 그쳤다.

다이내믹 코리아 슬로건은 정권 교체와 함께 들어선 이명박 정부에서는 찬밥 신세가 됐다. 전정권의 거의 모든 사업을 부정하는 듯한 새 정권은 이 슬로건도 그냥 방치했다. 대신 대통령 직속으로 민간인에 위원장을 위촉한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선 이 위원회는 수많은 안건을 모두 처리하려다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 빠졌다. 결국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자마자 폐지된다.

중간에 관광브랜드가 튀어나오면서 국가브랜드 개념과 충돌했다. 관광브랜드는 2007년 '코리아 스파클링(Korea Sparkling)'에 이어 2010년 '코리아 비 인스파이어드(Korea Be Inspired)', 2014년에는 현재까지 쓰고 있는 '이매진 유어 코리아(Imagine your Korea)'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관광브랜드는 국가브랜드의 하위 개념으로 유기적인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국민 참여가 국가브랜드 명운 가른다=역대로 슬로건을 포함한 전체 국가브랜드 사업은 일방적으로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했다. 관료 주도의 위원회가 일부 명망가들을 포섭했을 뿐 국민은 단순 홍보 대상에 머물렀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비전과 전략을 두 달 만에 뚝딱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 관심을 벗어난 국가브랜드가 정권의 변화에 따라 손쉽게 뒤집힐 수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새로운 국가브랜드 사업에 나섰다. 국가브랜드 사업의 대강을 인계 받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연초부터 대대적인 국민 공모전 등 캠페인을 통해 여론을 환기하고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우선 연말까지 새로운 국가브랜드의 가치와 비전, 적용 원칙을 정립하겠다는 목표다. 세부 실천을 위한 100대 과제도 선정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캠페인을 더욱 확산시켜 슬로건을 포함해 국가브랜드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과거 이 사업의 부침을 겪은 일부에서는 조심스러운 시각을 갖고 있다. 한국의 정체성인 '한국다움'을 어떻게 규정하고 세계인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느냐는 한국이 명실상부한 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느냐를 좌우한다. 국민의 총합을 어떻게 모아낼지가 관건이다.

전종우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일시적인 정책 고려사항으로 접근하는 것은 분명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동 창조 방식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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