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죽음 부르는 층간소음, 신기술 외면하는 건설사들
“위층에서 쿵쿵 뛰는 애 때문에 시끄러우면 올라가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주면서 애 얼굴도 보고 이름도 물어보라.” 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제시한 층간소음 해결책이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아는 애가 뛰면 덜 시끄러워서’다. 평화롭고 정감 가는 방법이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층간소음은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골칫거리가 됐다. 실제 지난해 관련 기관에 접수된 층간소음 전화상담 건수는 2만8,000건을 넘었다. 전년보다 24%가량 늘었다. 층간소음을 견디다 못해 이웃을 찾아 흉기를 휘둘렀단 소식은 단골 뉴스거리다. 내 집 천장에 우퍼 스피커를 달아 윗집 바닥을 울리는 ‘층간소음 보복스피커’도 인기다.
바닥 울리는 소리 말고도 스트레스를 주는 소음이 있다. 윗집 화장실에서 나는 물소리다. 아침저녁으로 이웃의 샤워하는 소리, 변기 물 내리는 소리를 듣는 것은 고역이다. 원인은 ‘층하배관’이다. 국내 아파트 화장실 대부분은 아랫집 천장에 배관이 묻혀있다.
최근 내 집 벽면이나 바닥에 배관을 설치하는 ‘층상배관’이 주목받는다. 층상배관은 물소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비용이 더 들고, 시공이 까다롭단 이유로 층상배관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층상배관을 설치한 아파트 단지의 공통점은 하나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이 ‘갑’이 돼 시행사로 나서는 경우다. 최근 강남 개포지구에 재건축 단지를 분양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원이 원하는 경우가 아니면 굳이 층상배관을 적용할 이유는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아파트 4,000여가구가 들어설 세종시의 한 생활권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모지침서에 층상배관 사용을 명시했으나, GS건설 등 일부 시공사의 반대로 적용이 무산된 경우도 생겼다. 한 사업장에서 적용하지 않자 나머지 세 곳도 층상배관 대신 층하배관을 쓰기로 했다.
윗집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고, 이웃의 멱살을 잡고, 스피커를 설치하는 방법으론 층간소음을 해결할 수 없다. 해법은 간명하다. 집을 짓는 건설사가 바닥을 두껍게 만들고, 층간소음 저감 설계를 사업장 가리지 않고 적용하는 것이 답이다. /유민호기자 yo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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