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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집값, 정말 잡았나요?

오피니언 입력 2019-12-19 11:48 수정 2019-12-23 08:30 이아라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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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이아라기자]

“달을 가리켰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

본질을 못 보고 사사로운 것에 치중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만약 그 손가락이 달을 가리키고 있지 않다면 어떨까. 정부의 부동산 현실 인식이, 정책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면 어떨까.
 

대통령은 전국 집값이 중요한 ‘달’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며 “전국적으로는 집값이 하락할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대로 전국 집값의 평균은 안정됐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은 폭등했고, 반면 지방은 폭락했다. 하지만 전국 집값의 평균은 내려갔는지 몰라도, 서울 집값은 하반기 들어 연일 신고가 행진을 펼쳐왔다.
 

추세는 특히 강남권에서 두드러졌다. 서울의 가장 비싼 구와 가장 싼 구의 주택가격 격차는 2016년 3.4배에서 3.9배로 커졌다. 서울에 그야말로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정부가 틀렸다. 사람들은 ‘손가락’을 보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보는 게 진짜 ‘달’이다. 중요한 건, 어찌 됐건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평균 40.8% 올랐다. 거래금액은 2억3,852만원 뛰었다. 강남 4구는 5억원 가량 폭등했다. 강남의 집이 또 하나의 집을 낳은 셈이 됐다.
 

그러는 사이 서울 아파트 중간값은 9억원 턱밑까지 따라 붙었다. 2017년 5월 6억 초반대였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2년 반 동안 3억원 가까이 올랐다.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의 30%는 이번 정부에 들어와 올랐다는 말이다.
 

이번 12·16 대책에도 진짜 ‘달’은 없다. 무분별한 대출을 막았고 보유세는 올랐지만, 똘똘한 한 채를 내 집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스리기엔 역부족이다.
 

급하게 집 안 사도 먹고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정부의 자신감’과 ‘현실’과의 괴리. 그 괴리가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겼고, 가계 부채를 늘렸다. “집값 안정되고 있는데 왜 그러냐”, “행복주택 지어 준다는데 왜 그러냐”는 꾸지람은 현실을 바꿀 수 없다.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며, 집 없다고 징징대지 말라”는 정부의 태평한 조언을 듣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이아라기자 ar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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