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 60% 기업대출로 '싹쓸이'…"투자 않고 쌓아둬"
[앵커]
'0%대 금리' 등과 맞물려 크게 불어난 시중 유동성의 60% 이상이 가계가 아닌 기업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을 대비해 대출로 확보한 자금의 절반 가량을 투자가 아닌 예금으로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순영 기잡니다.
[기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광의 통화량은 3,06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6%나 늘었습니다.
이 늘어난 통화량의 60% 이상은 기업 대출 때문이었고, 가계 대출 영향은 20%에 불과했습니다.
시중 자금의 대부분을 기업이 대출로 쓸어갔다는 얘깁니다.
기업 대출의 증가 속도도 전체 통화량이나 증가율을 웃돌 뿐 아니라 가계 대출보다 3배나 빨랐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춘 이유는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를 촉진하려는 의도인데 기업들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의 절반 가량을 투자하지 않고 그냥 쌓아두고 있습니다.
기업의 5월 말 예금 잔액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월 말보다 46조7,000억원이나 불었는데, 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101조원 가량 늘어난 겁니다.
경기가 더 나빠질 것에 대비해 신규 대출액의 절반 정도를 금고에 그냥 쌓아두고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업 예금에 이익금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대출이 모두 예금으로 넘어갔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만일 풀린 돈이 자산 시장에서만 맴돈다면 향후 빚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돈맥경화' 흐름이 올 하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차를 두고서라도 풍부한 유동성이 투자로 이어져야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경제TV 정순영입니다./binia96@sedaily.com
정순영 기자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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