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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래서 책임은 누가 지나요?

오피니언 입력 2020-09-09 13:20 이소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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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상 첫 사모펀드 환매 중단으로 주목받은 라임자산운용 사태 당시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주식시장 변동성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증시가 2,400선까지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사모펀드 문제는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라임·알펜루트·팝펀딩·디스커버리·옵티머스 등 이제는 이름도 외우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사모펀드가 환매를 연기했다. 최근 1년 사이에 환매 중단된 펀드는 20개가 넘었고, 환매 중단 규모는 5조 6,000억원을 넘어섰다. 


불과 하루 전인 지난 7일에도 키움자산운용의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 환매 중단 소식이 전해졌다. 해당 펀드가 담고 있는 자산인 영국계 글로벌 채권펀드 운용사 H2O자산운용의 ‘H2O 멀티본드’와 ‘H2O 알레그로’ 펀드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H2O 멀티본드 펀드의 경우, 이달 초 환매 중단을 선언한 브이아이자산운용이 담은 자산이기도 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터진 직후 “이제 꼬리에 꼬리를 물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는 사실이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우선, 관리·감독이 부실했다. 사모펀드는 블라인드 펀드라는 특성상 운용사의 운용 과정을 투자자도 판매사도 알 수 없다. 금융당국도 모르는 운용 과정이었다. 운용사는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블라인드를 유지했고, 당국과 판매사는 투자처에 대한 관리·감독 없이 상품이 시장에 유통되는 것을 방치했다. 거금을 투자한 개인들도 자신들의 돈이 들어가는 투자처가 왜 블라인드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환매 연기된 사모펀드 상당수는 투자처에 대한 제대로 된 실사만 있었다면 환매 중단까지 오지 않을 수 있었다.


부실 사태가 꼬리를 문 두 번째 배경은 지난 2015년에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부실한 관리·감독 규정은 내버려둔 채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통해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그럴듯한 명분과 함께. 규제 완화 이후 20여 개에 불과하던 전문 사모 운용사는 225개까지 증가했고, 규모는 400조원을 넘어섰다. 지금 문제가 된 운용사 상당수는 이 시기에 급격하게 시장에 진입해 세력을 키운 곳들이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최근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을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관리·감독은 소홀히 한 채 당시 정책을 입안했던 이들은 여전히 규제 완화 탓을 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문제를 지적할 뿐이다.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사모펀드 시장에 책임을 지는 자는 없다. 펀드 환매를 중단할 정도로 부실해진 운용사는 무너지고 없다. PB의 권유에 무작정 투자한 투자자는 판매사를 보고 가입했다며 판매사 탓을 한다. 판매사는 상품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자신의 탓은 감추며 운용사와 금융당국에게,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 당시 관리·감독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국회에 각각 책임을 돌린다. 그러면 국회는 다시 ‘관리·감독을 왜 하지 않았냐’며 당국을 나무란다. 한 발 뒤에서 보면 모두가 책임이 있는 문제인데, 당사자들은 남 탓하기 바쁘다. 사모펀드 부실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이소연기자 wown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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