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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욱의 반도체 교실]② 바이든과 반도체법

오피니언 입력 2022-08-23 08:55 수정 2022-09-29 08:34 enews2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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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반도체공학회 고문. [사진=서강대학교]

202289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법)안에 서명하였다. 이 법안은 미 의회에서 여야를 초월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727일 상원을 통과한지 하루만인 28일 하원을 통과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날 서명 자리에 많은 반도체 관계자를 초대하여, 반도체를 진흥하는 새 법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날 백악관에서는 반도체 관계자와 정치인이 자연스럽게 모여 반도체 발전을 도모하는 한나절의 축제가 펼쳐졌다. 반도체산업에 527억달러(70조원)의 직접적인 지원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이 지원이 되니 큰 사건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영상 캡처]

요즘처럼 반도체 이야기가 많은 때에는 반도체에 종사하지 않는 분들께서 반도체가 정말 중요한가 궁금해 하실 것 같다.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의원의 말을 빌면 반도체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죽고사는 문제라는데, 오랫동안 반도체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명언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휴대폰을 포함하여 초연결성이 필수적인 현대 문명기기는 반도체가 없으면 만들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들어 반도체를 원유에 비유하기도 한다. 정말 반도체가 그만큼 중요한 것일까? 반도체를 생산하는 나라와 회사를 따져보면 반도체가 원유 보다 더 구하기 어려운 것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원유의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이 13국이며, 석유 생산량이 많은 미국, 러시아, 캐나다도 OPEC에 가입하지 않아서 주요 산유국이 20국 내외가 된다.

 

반도체의 경우 한국, 미국, 일본, 대만 회사가 전세계 반도체시장을 지배하고 있어서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상황에 따라 원유보다 더 구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도체 제품을 흔히 반도체칩(짧게는 칩)이라고 부르는데, 전자제품을 분해하여 내부를 보았을 때 검정색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부품들이 반도체칩이다. 컴퓨터와 여러 전자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중앙처리장치, 반도체메모리(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 반도체저장장치(플래시메모리) 등이 필수적이고 이들 모두는 반도체칩이다.

팻 겔싱어(왼쪽 두 번째) 인텔 CEO. [사진=팻 겔싱어 트위터 화면캡처]

이들 분야에서 한국, 미국, 대만, 일본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우리나라가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는 반도체메모리(D-RAM)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전세계 시장의 약 94%를 차지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와 미국회사가 아니면 반도체메모리(D-RAM)를 구입할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도체산업 만큼 승자독식의 시장도 드물며, 시장에서 선택한 결과로 일부 회사만 살아남았다.


요즘 우리나라는 미국이 주도하는 칩4동맹에 참여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현재 예비회의에 참가하는 우리나라는 8월까지 칩4동맹에 가입여부를 알려야 하는데 중국과의 교역규모가 크고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기에 고민이 클 것이다. 자칫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의 63%을 수입하는 중국시장을 잃지는 않을까, 중국으로부터의 무역보복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 타인의 상황을 배려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국가적인 선택을 앞에 두고는 일단 다른 나라의 입장보다 우리나라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반도체 업계는 원천기술을 포함하여 미국의 영향권에 놓여있어, 미국과 독립적으로 반도체를 개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도체설계소프트웨어, 장비, 반도체시장 등 중요한 부분은 모두 미국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큰 규모이지만, 반도체를 중국이 필요로 하여 수입하는 것이므로, 시장 축소나 무역보복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가 산유국에 대한 무역보복으로 석유를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원유의 경우 다른 생산자가 있다면 구매처를 옮길 수 있겠으나, 반도체의 경우 생산자가 몇 개 되지 않은 독과점 상황이기 때문이기에 무역보복이 힘들 것이라 예상하는 것이다.

 

제조업 기반의 산업에 주력하는 중국은 주요 생산품이 우리나라와 많은 부분에서 겹친다. 이미 조선, 디스플레이, 원자력발전소, 배터리 등에서 중국기업과 경쟁을 하고 있으며, 우리의 주력 시장이 중국에 의해 잠식되고 있다는 고민은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존재한다. 하지만, 중국은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같이 할 대상이기에, 4동맹에 가입을 하더라도 우리 제품의 시장과 영향력을 넓히기 위하여 중국과 협력은 계속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논의와 고민이 있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지속하는 것이다. 각국이 반도체에 사활을 거는 이 엄중한 시기에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기에, 우리나라에서도 백악관에서의 반도체법 서명식처럼 정치인과 기업인이 만나 반도체의 발전을 위하여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는 축제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범진욱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반도체공학회 고문

 

◇범진욱 교수는...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

현 반도체공학회 고문

반도체공학회 전임 회장

ISCAS 2021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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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ws2 기자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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