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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정치워치] 종속적 독립국가

글로벌 입력 2019-09-25 16:11:51 뉴스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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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관계 경로의존성

김동환 박사 /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최근 일본의 국제적 지위는 상당히 애매하다. 1990년대 이후 상대적으로 쇠퇴해 버린 일본은 중요성과 영향력에서 구조적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 예전 경제대국, 동양의 기적, Japan as No.1 등의 수식어는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게 더 어울리는 듯 하다.
냉전 초기 수립된 중화인민공화국은 모스크바의 위성국가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의 독립이 현실화된 것은 1960년대 중소 대립 이후의 일이며 소련과의 갈등으로 인해 중국은 자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자립할 수 있을까일본의 자립성에 대한 제한은 미일 간의 군사적 관계에서 기인한다.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 사이에서 비대칭성은 항상 일어나는 논쟁이며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국제사회를 계층적 질서로 인식하게 한다. 이러한 미일관계의 비대칭성은 미국과 일본이 1951년 맺은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과 미일안보조약에서 기인한다.

패전 이후 미국의 점령을 받던 일본은 강화조약을 서두르면서 강화 이후에도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는 방향을 잡게 된다. 일본은 미국에게 "일본정부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강화조약을 맺길 희망한다. 강화조약을 맺은 이후에도 일본과 아시아의 안전보장을 위해 미군을 일본에 주둔시킬 필요가 있지만 미국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우면 일본 측에서 요청한 것으로 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일본은 점령 상태에서 벗어난 후의 안전보장을 미국과의 집단 안전보장체제로 인식한 것이다. 미일 안보체제야 말로 일본의 안전을 보장하는 현실적인 판단이며 군비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선택이었던 것이다. 일본을 공백지역으로 둘 수 없던 미국의 입장과 경제 재건이 시급하다는 일본의 입장이 결합하여 미일안보조약은 완성된다. 미일안보조약 이후, 1970년대 일본의 경제적 팽창은 미일 간 무역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으나 안보동맹의 훼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워싱턴의 기본 전략과 외교노선이 도쿄에서 반대에 부딪힐 일은 없었다. 미일동맹이 비대칭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일본은 냉전 종식 이후에도 대미의존도를 낮추지 않고 더 심화시켜가면서 미국의 속국(属国)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러한 불균형적인 미일관계는 왜 유지되는가? 불균형적 미일관계가 일본에게 평화와 번영이라는 형태의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속국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평화와 번영을 손에 넣었고, 미국의 폭력적인 외교정책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굴욕적 미일관계에 불만들도 적지 않다. 일본이 아시아 국가로서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갖는 외교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 국가의 자존심이 근본적 문제라는 의견이 그것이며, 우익 정치인들이 즐겨쓰는 보통국가라는 선동적인 문구는 개헌과 재군비에 대한 제약을 해제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개헌과 재군비가 진정한 독립과 자립의 길이라는 생각은 기만적이다. 일본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국의 세계전략하에서 일본이 헌법적 제약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가가 바로 미국이기 때문이다.

한 번 형성된 질서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경향을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라 부르는데 1951년 미일안보조약은 이러한 경로의존적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지속되는 한 일본은 종속적 독립국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김동환 박사 / kdhwan8070@naver.com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정책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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