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N LAW] 지적장애인과의 관계, 의제 강간죄일까? 강제추행일까?

S경제 입력 2020-07-01 15:48 유연욱 기자 0개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사진= 윤재필 변호사

몇 해 전, 지적장애 3급인 여성과 연애 중이라는 한 남성의 고민 상담 글이 알려졌다. 아르바이트 중 만난 여자친구가 처음에는 단순히 취향이 독특한 줄 알았으나 지적장애 3급이었다는 것이다, 지적장애 3급의 정신연령이 일반적으로 10~12세라고 안 뒤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것 같다며 가책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한 누리꾼이 자신도 지적장애 3급이라며 이야기 등 상호작용에 문제는 없으나 문제가 생겼을 때의 대처 방법을 잘 모른다.’, ‘지능지수에 따라서 정신연령이 다를 수 있다’, ‘여자친구도 자신의 장애가 창피해 숨겼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라고 위로의 글을 남겼다.

 

글을 확인한 남성은 감사합니다. 저는 앞으로 조금 더 많이 여자친구를 이해하기 위해 관련 시설 봉사활동을 함께 할 계획을 세웠습니다라며 답을 적었다. 서로 이해하고 부족함을 채우는 미래를 선택, 소위 말하는 훈훈한 결말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훈훈한 결말을 맞지는 못했다.

 

최근 유행 중인 스마트폰 채팅 앱으로 만난 상대와 성관계를 가진 20대 남성 A. 합의로 가진 관계였으나 이후 경찰에 출석 요청을 받게 됐다. 상대 여성이 지적장애 3급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혐의를 받아 기소된 것이다.

 

A는 상대가 대화 중 먼저 자신의 신체 사진을 메신저로 전송하였고, 만난 상황에서 장애인이라고 느낄 만한 점 또한 전혀 없었으며 관계를 하면서 상호 간에 어떠한 거부의 의사가 없었으므로 강간이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결과적으로 A는 선처를 받았다.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의제 강간은 아니지만, 지적장애인의 경우 정신연령이 미성년자 의제 강간을 적용받는 16세 미만일 수 있어 유사한 기준을 두고 판단하고 있다.

 

사건에 대해 법원은 지능검사 결과로만 판단할 경우 피해자는 통상 지적장애 2급 정도에 해당하는 중증도 지적장애에 해당하나 검사 결과만으로 피해자가 중증도 지적장애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같은 지능 점수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실제 생활기능에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여러 측면을 모두 종합하여 피해자의 지적 능력 수준을 결정함이 타당하다.’, ‘피해자의 지적 능력은 지적장애 3급 정도에 해당하는 경도 지적장애 수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이 경우 통상 일반인이 쉽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라고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행위는 대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유사한 정도로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은 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2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가중처벌하고 있다. 이는 아동·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며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위의 사례와 같이 혐의자가 본인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임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사건이 진행되는 때도 있다. 이런 경우 사건의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만큼이나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법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윤재필 법무법인 제이앤피 대표변호사는 "성범죄 중에서도 미성년자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사회적으로 미숙하거나 취약하여 보호가 필요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취약점을 본인의 욕망을 충족시키는데 이용한다는 점에서 매우 죄질이 나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범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을 적용하면서 중요한 것은 공정함으로, 그 수가 극히 적다 하더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연욱 기자 ywyoo@sedaily.com

<윤재필 변호사>

35회 사법시험 합격, 25기 사법연수원 수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부부장검사

청주지검 제천지청장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각 강력부 부장검사

서울북부지검, 의정부지검, 수원지검 안양지청 각 형사부 부장검사

원지검 안산지청, 부산지검 서부지청 각 차장검사


기자 전체보기

기자

02) 3153-2610

이 기자의 기사를 구독하시려면
구독 신청 버튼을 눌러주세요.
아시아창의방송

0/250

주요뉴스

증권 산업·IT 부동산 금융

ON AIR 편성표

0/250

주요뉴스

증권 산업·IT 부동산 금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