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사자리에서 한 카드사 관계자는 “내년 총선이 무섭다”고 말했다.
표심을 얻기 위해 정부와 여당에서 수수료를 더 깎든, 다른 무엇이든 또 카드사를 건드릴 것이란 걱정이었다.
“설마”라고 말하려다, 올 초 일어난 일들을 떠올리니 그럴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부는 막힌 일이 있으면 카드사를 이용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카드사가 받는 가맹점 수수료를 통 크게 깎았다.
자영업자들이 만족하는 대책은 아니지만, 정부는 적어도 화가 난 이들에게 성의는 표할 수 있었다.
이렇게 수수료를 깎아 예상되는 카드사들의 손실은 연 8,000억원 규모다.
수수료 인하는 많이 알려진 일이지만, 정부가 조용히 카드사에 부탁한 일이 또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유흥·단란주점업의 부가가치세를 카드사가 대납하도록 했다.
유흥업종에서 발생한 카드거래금액에 대해서는 카드사들이 부가가치세 만큼을 가맹점에 입금하지 않고, 챙겨 놓았다가 정부에 세금으로 내는 식이다.
부가가치세는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가격의 10%를 더 내고, 물건을 판 사업자가 이를 세금으로 내는 간접세다.
유흥업종의 경우 폐업이 많고, 대표자를 바꾸고 영업하는 등 부가가치세를 미납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세금 걷느라 더 노력하느니, 또 한번 유능한 카드사에게 부가가치세 탈루를 막는 중책을 맡긴 셈이다.
‘중책을 맡겼다’는 표현은 손쉽게 민간회사를 이용하는 정부 행태에 삐딱해져서 해본 말이다.
공과금 카드납부 수수료를 없애려 한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총선을 앞두고 또 카드사를 동원하는 정책이나 공약이 나오는지 지켜볼 일이다. /정훈규기자 cargo29@sedaily.com
정훈규 기자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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