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카드업계, 잔치는 이미 끝났다

오피니언 입력 2019-06-13 17:00 수정 2019-06-19 11:28 고현정 기자 0개

20대 신입사원 김 씨는 한 달 전 지갑을 잃어버려 카드 5장을 모두 분실했지만, 여태 단 한 건의 재발급 신청도 하지 않았다. 김 씨가 그날 이후 새로 챙기게 된 건 토스 카드 1장뿐이다.


기존의 모든 은행계좌와 카드가 연결돼 사용에 불편함이 없고 혜택도 많아 다른 카드가 더 있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꺼내기 귀찮을 땐 카카오페이로 결제하고 있다.


젊은층 소수에 한정된 이야기라고 선을 긋기엔 다소 안이한 현실 인식이다. 혁신 핀테크 기업은 물론, 제조·유통 기업도 직접 간편결제 서비스를 만들어 속속 내놓는 등 결제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존 카드업계는 지난해 이뤄진 가맹점 카드 수수료 개편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자 초대형 가맹점 수수료 하한선 마련과 부가서비스 축소 등 수익 보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장고 중이다. 최근 카드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했다가 당국과의 논의가 진행되면서 유보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다음주 중 그 중간협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당장의 ‘수수료’ 수입 보전 방안이 나오는 것에 기뻐하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다. 아무리 초대형 가맹점에 대해 높은 수수료를 물린들 해당 카드를 ‘안 쓰면 그만’인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려 하나.


실제로 현대차는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5개 카드사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해 약 15일 만에 현대차의 조정안을 수용하게 한 바 있다. 아울러 한 카드사 임원의 “금감원이 발목을 잡아 부가서비스 축소가 지연된다”는 불만에 대해 금감원은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고 답한다. 금융당국의 부가서비스 축소 허용 여부보다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약관설명 당시 부가서비스 축소를 제대로 설명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법정에서 무조건 패소한다는 것. 실제로 지난달 30일 하나카드가 마일리지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결국 이번 협상으로 카드업계가 벌게 될 것은 미래에 대비할 약간의 시간 정도다. 때문에 몇 시간 미뤄진 내일에 대한 카드사의 치열한 고민이 구체적인 신사업과 서비스로 이어져야 할 때다. 그동안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와 경험치를 살린다면 다양한 혁신은 얼마든지 가능해보인다.


현 상황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핀테크 등 신사업이 더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도록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실현해놨다면, 현재 카드사의 적자를 마치 금융당국이 책임져야 하는 듯한 입장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카드라는 결제수단은 전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편리한 플랫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대체 수단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카드사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건 과거의 연장이 아닌 미래를 위한 쇄신이다. 잔치는 이미 끝났다./고현정기자 go838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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